본(本)갤러리 오픈
학창시절 때 친구들과 종종 좋은 전시회나 음악회를 찾아다니곤 했습니다. 음악을 전공하다보니 전공자의 입장에서 연주장을 즐겨 찾아다녔지만 졸업 후에는 개인적으로는 주말을 이용해 혼자 호젓하게 갤러리를 방문하곤 했습니다. 인사동 골목이나 삼청동 근처의 작은 화랑들도 지나가다가 방문하기도 했고 한국미술품 가운데 최고가인 132억 원에 낙찰된 김환기 화백의 환기미술관도 사무실과 가까웠던 까닭에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종종 찾기도 했었습니다. 음악보다는 미술을 더 좋아했었고 미술을 배워보지 못했던 미련이 동경으로 남아 갤러리에 걸려있는 작품들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곤 했었습니다.
미술작품을 보면 내가 서 있는 시공간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나를 인도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우르르 관람하기보다는 조용히 감상하고 싶고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 혼자 느릿느릿 관람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 시간과 공간만은 누구에게도 뺴앗기지 않고 오롯이 나 혼자 다 차지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일하고, 먹고, 자고, 살아가고... 이것이 나의 모습, 현실이기도 합니다. 현실에 충실해야 하고 중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눈앞의 현실이 나의 전부라면 이 세상이 너무 재미없었기만 했겠지요. 미술작품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통해 다른 꿈을 꾸고 다른 세계에 접속하고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모습, 다른 느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영감靈感’을 얻었던 것입니다.
예술작품 속에서 느꼈던 즐거움, 기쁨, 충만함을 고스란히 담아 본(本)갤러리를 방문하시는 분들께 다른 세계로 안내하고 영감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으로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명상과 예술은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탐구과정
인생에 대한 탐구는 크고 작은 비중은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기에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주제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현실은 언제나 바쁘고 팍팍했고 '인생탐구'는 미래의 과제로 남기고 잊고 덮어 두어야 했습니다. 저 또한 인생에 대한 탐구가 너무 광범위하고 도대체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슴 속에 묻어두고 들추려 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직면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예감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명상을 만났습니다. 매일 명상을 하며 자신을 알아가고 심신 수양의 길에 접어들었고 예술을 지향하는 삶을 동경하면서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명상과 예술작업은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거대하고 찾을 수 없었던 외면했던 인생에 대한 탐구는 ‘나의 정체성 찾기’라는 다른 유형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도 의문형이자 진행형입니다. 그래도 하나씩 숨겨져 있던 느낌표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본(本)갤러리에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소품들을 걸어두려고 합니다. 명상이 될 수도, 그림이 될 수도, 일상에서 만나는 어떤 접점이 되는 순간일수도 있겠지요. 소품들을 갤러리에 걸어두며 먼지에 뒤덮혀 있던 나를 발견하고 꺼내고, 볕에 비추어 곰팡이를 털어내고 아득하게 잊어버렸던 스스로를 기억해내는 과정에서 나만의 정체성에 다가가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까맣게 잊었던 보물상자를 발견해내는 기쁨의 순간이 올 것 같아 벌써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내 집 안에 있던 파랑새를 발견하듯이 모든 것이 바로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멀리 돌아가지 않고 찾아보려고 합니다.
아름답고 훌륭한 예술작품은 너무나 많고 하루가 다르게 쏟아집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AI는 놀라울 정도로 순식간에 똑같이 복제해 냅니다. 하지만 ‘나’라는 정체성은 그 하나뿐인 독창성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비슷하게라도 따라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명상과 예술이 ‘나’에게 도달하게 하는 보물지도와 나침반이였고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미지의 세계로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탐험가가 되고 싶습니다. 유니크한 창조적인 자아정체성을 발견해가는 시간들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큐레이터 이본(二本) 소개
이본(二本) : 명상과 그림, 시를 사랑하는 본(本)갤러리 관장이자 큐레이터
음악대학 피아노과 졸업
명상에 입문하며 그림을 그리며 명상화가로 활동
명상그림과 음악, 명상을 이용한 그림명상법 개발
먹색과 선의 심오함에 심취하여 뒤늦게 동양화 입문
한예평 초대작가 및 각종 서예대전 우수상 수상
먹그림 마스터 지도사
끝없는 배우는 과정 속에서 저서 및 작품 활동 중
:: 저서 | 시화집 『그리움이 첫눈처럼 내렸다』 집필
그 외 다수의 저서에 공저 및 삽화 작업